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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버그의 역습: 계양산을 뒤덮은 초여름 불청객, 그 정체와 공존의 길

돈길라잡이 2025. 6. 30. 09:41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때아닌 불청객의 출현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인천 계양산 일대에서는 엄청난 수의 붉은등우단털파리, 일명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출몰하며 등산객과 시민들에게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산을 점령하다시피 한 이 곤충 떼는 시각적인 혐오감을 넘어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단순한 해충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생태적 특성을 가지고 있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계양산을 뒤덮은 러브버그의 현장 보고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인천 계양산 일대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연이어 게시되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이 공유한 자료들을 보면, 등산로 바닥은 벌레 사체들이 빽빽하게 쌓여 마치 검은 아스팔트처럼 보이며, 산 정상은 날아다니는 러브버그들로 인해 시야가 제한될 정도였다고 합니다. 한 등산객은 "벌레를 싫어하는 사람은 산에 올라갔다가 기절할 것 같다"며, 사체와 살아있는 개체들이 섞여 "두꺼운 장판이 된 수준"이라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사실상 러브버그가 산 정상을 점유했다", "재앙 수준"이라고 토로하며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산 오르다 기절할 듯", "코에 들어갈까 봐 숨도 못 쉬겠다"와 같은 반응을 보였습니다. 심지어 등산 중에는 얼굴이나 눈, 코, 입으로 벌레가 날아들어 피할 틈도 없었다는 증언도 이어졌습니다.

계양산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산 등 도심과 인접한 산지에서도 러브버그 떼의 습격이 보고되고 있으며, 주거지역에서도 민원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스마트 버스정류장이나 안양시의 차량에도 러브버그가 대량으로 달라붙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입니다. 작년에 비해 서울시의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올해는 이른 고온 현상과 장마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일찍 6월 중순부터 출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러브버그, 그들은 누구인가?

붉은등우단털파리: 이름의 유래와 생태적 특징

시민들에게 '러브버그'라는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곤충의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입니다. 붉은색 가슴과 검은색 날개를 가진 소형 곤충으로, 짝짓기를 끝내고 나서도 며칠 동안 암수가 함께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러브버그'라는 이름이 유래했습니다. 성충이 된 후 약 7일간의 짧은 생존 기간 동안 수컷은 암컷을 따라 비행하다 짝짓기 후 죽고, 암컷은 알을 낳은 뒤 생을 마감합니다.

러브버그는 한 번에 200~300개에 달하는 알을 낳는 뛰어난 번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충 시기에는 낙엽과 유기물을 분해하여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며, 성충이 되면 꿀벌처럼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수분을 돕는 등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익충(益蟲)'으로 분류됩니다. 또한, 사람을 물거나 병균을 옮기지 않으며 독성도 없어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다양한 어류, 새, 곤충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서식지 확산 경로와 대발생의 조건

러브버그는 본래 중국 남부(장쑤성, 칭다오 추정),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 아열대 기후 지역에 주로 서식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5년 처음 관찰된 이후, 2022년부터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 등 수도권 서북부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인천까지 서식지를 넓히며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 곤충은 흰색을 선호하고, 차량의 매연 냄새를 부엽토 냄새로 착각하여 유인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낙엽이 썩어 만들어진 부엽토가 많은 산지에서 주로 번식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최근에는 아파트 화단 정도의 작은 흙만 있어도 대발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도심의 '열섬 현상'과 같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아열대 지역에서 살던 러브버그가 한국에서 서식지를 넓혀가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특정 지역에서 대발생을 경험한 후에는 참새나 비둘기 같은 주변 생물들이 러브버그를 '먹이'로 인식하여 잡아먹으면서 개체 수가 조절되는 현상도 일부 관찰된다는 것입니다.

익충인가, 해충인가? 시민들의 이중고

생태계에 이로운 '익충'으로 분류되는 러브버그이지만, 시민들에게는 '불쾌한 해충'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이나 사람에게 달라붙는 습성 때문에 시각적 혐오감과 함께 극심한 생활 불편을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연구원이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시민 86%가 "이로운 곤충이라도 대량 발생해 피해를 주면 해충으로 본다"고 답했습니다. 눈과 입에 들어가고 옷에 달라붙는 불쾌감은 익충이라는 설명을 '이해는 되지만 용납은 어렵다'는 반응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육점과 같은 상업 공간에서도 러브버그 유입으로 인한 위생 및 손님 응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활 불편은 러브버그 관련 민원 폭증으로 이어졌습니다. 지난해 서울시의 러브버그 발생 민원은 9,296건으로 전년(4,418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경기도 광명시 홈페이지에는 단 3일 만에 러브버그 방역을 촉구하는 글이 40건 넘게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시민들은 살충제 사용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지자체와 전문가들은 생태계 교란 가능성 때문에 무분별한 화학적 방역은 지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친환경 방제 노력과 대응 방안

지자체와 전문가의 친환경 방제 접근

러브버그는 생존 기간이 짧아 7월 중순 무렵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또한, 햇빛이 강해질수록 활동력이 저하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대량 발생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커지면서,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대신 생태계에 악영향을 주지 않는 '친환경 방제' 방법이 모색되고 있습니다. 살충제는 러브버그뿐만 아니라 다른 곤충들, 심지어 러브버그의 천적까지 죽여 생태계 균형을 깨뜨리고 오히려 대발생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살충제 대신 유인제, 포집기, 살수 작업 등을 활용한 친환경 방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는 백련산 일대에 빛을 이용한 광원 포집기를 설치하여 러브버그를 유인, 포집하는 방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광원 포집기는 러브버그의 비행 능력이 좋지 않아 팬을 이용해 빨아들이는 방식이며, 짧은 기간에 수백 마리를 포집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평가됩니다. 또한, 꽃향기를 내는 페닐 아세트알데하이드 등을 활용한 유인제 포집기도 연구 중이며, 부천시에서는 살수 차량을 투입해 공공장소에 물을 뿌리는 제한적 방역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을 위한 생활 방역 수칙

개개인이 일상에서 러브버그에 대응할 수 있는 예방 수칙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러브버그는 불빛을 좋아하는 습성 때문에 야간 가로등이나 아파트 현관 등으로 몰려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야간 조명 밝기를 최소화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또한, 밝은 색에 쉽게 끌리는 특성이 있으므로 외출 시 어두운색 옷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벽이나 창문에 붙은 개체는 살충제 대신 물을 뿌리거나 빗자루, 휴지 등으로 떼어내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 외에도 방충망 점검 및 보수, 차량 부식 방지를 위한 잦은 세차, 그리고 끈끈이 트랩 설치 등이 권고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물 한 컵에 구강청결제 3숟가락 또는 주방세제 3방울을 섞어 문틈새나 창틀에 뿌리는 방법도 러브버그 유입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규모 출몰이 확인된 특정 지역을 '러브버그 특별 관리 구역'으로 지정하여 계절별 집중 포집 및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러브버그와 공존을 향한 고민

해마다 반복되는 러브버그의 대발생은 단순히 곤충 문제만이 아닌, 기후변화가 가져오는 복합적인 생태계 변화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원래 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던 이 곤충이 한국에서 서식지를 넓혀가는 것 자체가 기후변화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미국 곤충학회는 이대로라면 50년 이내에 동북아시아 상당 부분이 러브버그 서식지가 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도심의 열섬 현상 또한 러브버그 대발생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종은 대량 발생하고, 꿀벌처럼 어떤 종은 개체 수 감소의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러브버그를 박멸할 방법은 없으며,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로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친환경 방제 노력은 지속되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러브버그는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년 찾아오는 러브버그는 생태계의 복잡한 연결고리와 인간의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