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트럼프 관세, 6조 달러 약속과 현실의 괴리: 시장 충격과 깊어지는 우려

도경정 2025. 4. 6. 08: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대적인 관세 정책 발표는 전 세계 경제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정책을 통해 향후 10년간 막대한 세수를 확보할 것이라 자신했지만, 발표 직후 금융 시장은 극심한 불안감을 드러내며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습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구호 아래 던져진 관세 카드가 과연 약속된 결과를 가져올지, 아니면 예상치 못한 후폭풍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관세 폭탄 선언과 시장의 패닉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기본 10%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적자 규모에 따라 국가별로 더 높은 상호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에는 25%, 중국에는 34%, 유럽연합(EU)에는 20% 등의 차등 관세율이 거론되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은 이를 통해 10년간 최대 6조 달러, 혹은 그 이상의 세수가 들어올 것이라 전망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1년 안에 6천억 달러에서 1조 달러가 들어올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습니다. 관세 발표 이후 불과 이틀 만에 뉴욕 증시는 급락세를 보이며 다우 지수 9.3%, S&P 500 지수 10.5%, 나스닥 지수는 11.4%나 폭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증발한 시가총액은 약 6조 6천억 달러에 달하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벌어들이겠다고 공언한 액수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싸늘해진 여론, '소탐대실' 우려 확산

금융 시장의 충격과 더불어 미국 내 여론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등을 돌리는 모양새입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의 54%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반대한다고 응답했으며, 이는 지난 1월 조사 결과(반대 46%)보다 눈에 띄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특히 응답자의 75%는 관세 부과로 인해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것을 우려한다고 답해, 관세 정책이 결국 소비자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함을 시사했습니다.
또한, 미국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도 지난 1월 37%에서 52%로 급증하며 경제 상황에 대한 비관론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통해 재정 적자를 메우고 심지어 소득세를 대체하겠다는 구상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이는 자칫 작은 이익을 좇다가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동맹, 국제 사회의 깊은 우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동맹국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통화에서 "무역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데 공감하며 공동 대응 의지를 다졌습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마저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서, 이들 국가가 중국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정치권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은 최근 한·중·일 경제통상장관회의 사진을 언급하며, 트럼프의 정책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경쟁국인 중국과 협력하도록 내몰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트럼프가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는데, 우리를 상대로 묶고 있다"며 상황의 아이러니를 지적했습니다. 팀 케인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의 관세 조치를 "경제적 바보짓"이라 칭하며, 한국과 일본 같은 핵심 동맹을 중국의 품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러한 우려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도 나오고 있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초래할 외교적 파장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미란 독트린': 관세 정책의 설계도는?

트럼프의 충동적인 결정처럼 보이는 관세 정책 뒤에는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의 이론적 뒷받침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미란 위원장은 과거 보고서에서 달러가 기축통화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 즉 달러 강세로 인한 미국 제조업 경쟁력 약화와 무역 적자 심화라는 '달러 패권의 패러독스'를 지적했습니다.
그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강력한 관세 정책으로 세계 무역 시스템을 재편하고, 미국 내 생산과 고용을 인위적으로 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관세 부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며, 동맹국들에게 기축통화 유지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마러라고 합의'와 같은 구상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미란의 주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설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번 조치가 단순한 즉흥적 결정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결론: 안갯속 트럼프 관세의 향방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 찬 관세 정책은 막대한 세수 확보라는 약속과 달리, 시작부터 금융 시장의 극심한 혼란과 동맹국들의 반발, 그리고 미국 내 여론 악화라는 암초에 부딪혔습니다. 스티븐 미란의 보고서에서 엿볼 수 있듯, 나름의 경제적 논리와 장기적 구상을 가지고 추진되는 정책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충격과 외교적 마찰은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과연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특효약이 될지, 아니면 전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리는 '판도라의 상자'가 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이 정책이 가져올 파장이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